저녁 밥상에서 아들이 수목원에 꽃이 좀 피었냐고 묻길래 꽃이 천지 삐까리야 하며 휘리릭 꽃이름을 말했지요.
'버들 강아지. 설강화. 에리카. 풍년화. 크로커스. 너도바람꽃. 납매, 복수초, 나팔 수선, 동백꽃, 영춘화, 큰개불알풀'
이들은 이름을 아는 꽃이고 모르는 꽃도 여럿 있었으니 수목원에 봄이 온 건 사실이었어요.
'산수유. 목련, 헬레보루스, 삼지닥'도 꽃 필 준비가 한창이지만, 그 전에 수목원은 수선화에게 점령당할 듯 싶어요.
나무를 쪼아대는 딱다구리, 문을 활짝 열어 둔 홀리 카페, 아직 남아 있는 호랑가시 나무 열매, 크로커스 꽃 봉오리까지
따듯한 햇볕 속에서 어디를 보아도 좋은 토요일 오전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