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121. 겨울정원에 기력을 북돋아주는 '복분자딸기'

관리자
2023-05-20
조회수 508

121. 겨울정원에 기력을 북돋아주는 복분자딸기

 


글.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마케팅팀장


  ab0d780f3e344cf1dc982d5389b6dda1_1550208


 


요즘 들어 날씨도 춥지만 미세먼지가 기승이라 하늘이 찌뿌둥하게 흐린 날이 많다. 그런 날에는 눈이라도 펑펑 내려 세상을 좀 밝게 비춰주면 좋으련만, 이번 겨울에는 눈 구경이 쉽지 않다. 이맘때면 태안에서 두어 번 큰 눈이 내렸는데 싶어 은근히 눈 소식을 기다린다. 그래서일까 천리포수목원 겨울정원에 있는 복분자딸기 종류(Rubus Coreanus f. inermis)를 보는 순간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 자생종인 복분자딸기(Rubus Coreanus Miq.)와 비슷하나 가시가 없는 게 특징으로, 항간에서는 ‘민복분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민복분자는 시중에 많이 유통되지 않아 주변에서 흔히 보기에는 어려운 나무이다. 겨울정원의 복분자딸기에 누군가 고운 붓으로 하얀 눈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이 덤불에 흰 분이 가득하다. 영화 ‘겨울왕국’에서 엘사가 올라프를 위해 전용 눈구름을 만들어 준 마법처럼 다른 나무들은 그대로인데, 이 나무만 햐얀 눈을 맞은 것 같다.


ab0d780f3e344cf1dc982d5389b6dda1_1550208

 


복분자라고 하면 흔히 식용으로 생식하거나 과즙, 술로 담가먹는 새콤달콤한 열매를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복분자딸기의 숨은 매력은 겨울이 되어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무성한 잎과 꽃, 열매가 사그라드는 겨울이 되면 자주색 가지 바깥으로 흰 분진이 멋스럽게 드러난다. 계절감을 한껏 살려주는 유일무이한 매력을 뽐내기 때문에, 겨울정원의 기력을 북돋아주는 식물로 활용할 수 있다. 열매가 워낙 친숙해 나무 이름을 ‘복분자’라고 알고 있는 분이 많은데, 정식이름은 ‘복분자딸기’이다.

 


중국의 중북부 이남과 한국에 자생하는 복분자딸기는 우리나라 전국 산야의 햇볕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1~3m 높이로 자라는 낙엽관목인데 줄기가 자유분방하게 뻗어나 자라고, 늘어지면서 땅에 닿으면 뿌리가 금방 내려 덤불을 이루며 자라는 경우가 많다. 추위를 잘 견디고 번식력도 강해 다른 식물과 함께 심을 때는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관리에 신경이 써주면 좋다.

 

 


복분자딸기의 유별난 번식력 때문일까. ‘복분자’는 여성호르몬의 양도 증가시키고, 남성의 발기부전증 장애에도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는데, 이름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산에서 길을 잃은 사나이가 헤매다 배가 고파서 산딸기처럼 생긴 열매를 먹고는 힘을 내서 집을 찾아 돌아왔단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소변을 봤더니 소변 줄기가 너무 힘이 센 나머지 오줌항아리가 뒤집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뒤집어진다’는 뜻의 ‘복’과 ‘항아리’란 뜻의 ‘분’을 합해 ‘복분자(覆盆子)’란 이름이 지어졌다.

 


복분자딸기를 비롯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딸기류는 멍석딸기, 산딸기, 줄딸기 등 22종에 달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나온 문헌자료에 따르면, 복분자는 성기능을 높이는 효과도 있지만 피로로 인한 간 손상을 보호하며 눈을 밝게 하고 항암· 향균 작용도 우수해 나무딸기류 중에서도 가장 약효가 뛰어나다. 게다가 복분자딸기의 꽃은 화밀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밀원자원으로도 유용하니 겨울정원 뿐만 아니라 사람과 곤충에게도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나무라 여겨진다.

 


복분자딸기는 겨울정원에서 단독으로 쓰여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겨울철 줄기나 가지의 색이 아름다운 말채나무 종류나 버드나무 종류, 단풍나무 종류 등과 함께 어울려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겨울정원이 밋밋하고 단조롭게 보일 수 있기에 울긋불긋한 색과 함께 하얀색 분진이 묻은 복분자딸기는 좋은 조경소재가 된다.


ab0d780f3e344cf1dc982d5389b6dda1_1550208

 


회색빛 하늘을 자주 보는 요즘, 복분자딸기의 하얀색 분진처럼 밝고 고운 흰 눈이 내려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