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126. 우리나라에만 사는 특산식물… 개나리처럼 잎보다 꽃 먼저 피우는 봄의 전령사, 히어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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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만 사는 특산식물… 개나리처럼 잎보다 꽃 먼저 피우는 봄의 전령사, 히어리

 

김용식·천리포수목원 원장


봄이 오면 많은 나무들이 제각기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꽤 바빠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다른 나무들보다 먼저 꽃을 피워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나무가 있어요. 바로 ‘히어리’인데요. 히어리는 미선나무나 개나리 등과 함께 잎이 나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워요. 이런 특징 때문에 ‘봄의 전령사’라고도 불린답니다.

 

/천리포수목원

 

 

나무들의 이름은 다양한 이유로 붙여지는데요. 말 채찍으로 쓰이는 말채나무처럼 쓰임새에 따라 이름이 붙기도 하고, 흑산도비비추처럼 사는 곳의 지명이 붙기도 하지요. 히어리는 전남 순천 지역에 있는 북쪽 산면의 골짜기를 따라 사는데요. 약 3.9km 정도인 십 리(里)나 오 리 간격마다 모습을 드러내 ‘시오리’라고 부르던 데에서 ‘히어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이 식물은 우리나라에만 사는 특산 식물이에요. 100여 년 전인 1924년 순천 조계산의 송광사 근처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이 세상에 알려졌답니다. 지금은 경기도와 강원도가 접한 광덕산이나 백운산에도 히어리를 볼 수 있지만, 히어리의 본거지는 전남과 경남이에요. 개나리보다는 이름이 덜 알려졌지만,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개나리와 달리 훨씬 좁은 지역에 사는 나무입니다.


히어리는 평평하고 넓은 잎이 달리는 넓은잎나무로, 잎은 무척 독특한 모습이에요. 넓은 잎에 잎맥이 단정하게 퍼져 있어 부채의 살 모양을 닮았지요. 잎보다 먼저 피는 노란색 꽃은 초롱 모양으로, 8~12개가 모여 조랑조랑 가지에 매달린 채 밑으로 늘어져서 펴요. 길게 자란 꽃대를 따라 여러 개의 꽃이 지그재그로 어긋나게 하나씩 달리는 거지요. 이런 모양의 꽃의 배열(꽃차례)을 ‘총상화서’라고 해요. 

 

가지마다 포도송이처럼 꽃송이가 가득 핀 히어리꽃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옵니다. 바로 벌 같은 곤충들이지요. 꽃이 적은 이른 봄에 나온 곤충들은 먹이가 부족하겠죠. 히어리꽃의 꽃가루는 이들에게 훌륭한 먹이가 되어 주고, 곤충들은 히어리가 열매 맺는 것을 도와줍니다.

 

히어리는 6m 정도까지 자라는데요. 기름지고 물 빠짐이 좋은 산성 땅을 좋아해요.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하지만,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 어려운 돌투성이 땅에서도 잘 자라요. 은행나무처럼 잔병 없이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기도 하고요. 꽃이 적은 이른 봄에 풍성한 꽃을 피우고 가는 줄기가 많이 자라는 특성 때문에 생울타리로 쓰이기에 아주 좋답니다.

 

숲 가꾸기 행사를 하면서 조그만 나무라는 이유로 히어리를 모두 베어 버리는 일들이 종종 있어요. 안타까운 일이지요. 히어리가 자신의 삶터에서 위협을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려면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