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130. 줄기가 옆으로 누워서 자라… 다 커도 높이 3m 정도밖에 안 된대요

관리자
20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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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m 이하로 자라는 눈잣나무(왼쪽)와 20~30m 정도 자라는 잣나무의 모습. /천리포수목원·위키피디아

 

 

나무는 키를 기준으로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답니다. 줄기가 곧고 굵으며 통상 높이가 8m 넘게 자라는 나무를 '교목(喬木)', 진달래나 앵두나무처럼 보통 3m 이하로 자라는 키가 작은 나무를 '관목(灌木)', 교목과 관목의 중간 높이를 '아교목(亞喬木)'이라 하지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잣나무는 키가 20~30m 정도로 자라는 교목에 해당해요. 반면 키가 1~3m 정도로 작은 관목에 해당하는 '눈잣나무'도 있답니다. 눈잣나무라는 이름은 평안북도 방언에서 비롯한 것으로, '줄기가 누워서 자라는 잣나무'라는 뜻이에요. 이런 특징 때문에 줄기가 옆으로 10m 정도 자란 나무라고 해도 실제 높이는 낮아요. 그래서 '누운잣나무'라고도 불러요.

자연적으로 자라는 눈잣나무는 극동(極東)이나 시베리아 동부, 몽골과 중국의 동북부, 일본 홋카이도 등에서 자라는데요. 대부분 높이 1000~1500m 이상 산의 양지바른 곳에 여기저기 띄엄띄엄 떨어져 자리를 잡고 살아갑니다. 바람이 세게 부는 산에서는 대부분 누워 자라지만, 간혹 평지에 심으면 곧추서서 자라는 모습을 볼 수도 있어요.

소나뭇과인 눈잣나무는 사철 푸른 잎을 자랑해요. 낮게 자라는 모습과 늘 푸른 잎 때문에 관상용으로 심는 경우도 많은데요. 보통 소나뭇과 나무의 씨앗에는 잠자리 날개 같은 것이 달려 있어, 바람을 타고 날아가거나 동물의 털 같은 곳에 붙어 널리 퍼지는데요. 눈잣나무 씨앗은 이런 날개가 없는 것이 특징이에요. 눈잣나무는 자라는 속도가 매우 더딘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1000년 이상 살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요.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개마고원, 백두산에서 주로 자라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에서 유일하게 자란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중 설악산 대청봉의 눈잣나무 자생지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눈잣나무 군락지예요. 눈잣나무가 주로 자라는 곳은 추운 시베리아 등지예요. 남쪽 지방에 있는 설악산 대청봉은 눈잣나무가 살아가기에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곳인 셈이지요. 이 때문에 산림청은 1987년부터 이 눈잣나무 군락지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답니다. 

 


김용식 천리포수목원장·영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