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133. “강추위에 피는 꽃이 있다고요?”

관리자
20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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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에 피는 꽃이 있다고요?”

갓 지은 흑미 밥알 같은 꽃, 에리카 ‘아서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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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0도를 웃도는 포근한 날씨에 에코힐링센터 앞 무궁화동산에는 수선화 한 무리가 폈다. 따뜻한 이상기온에 깜빡 속은 희생자는 수선화만이 아니었다. 납매, 사순절 장미 같은 1월은 되어야 봉우리를 부풀리는 꽃들 몇몇이 더 피었다.

 


사실 꽃 보기 힘든 영하권 강추위에도 꽃을 피워내는 식물은 여럿 있다. 앞서 말한 납매, 동백이 그렇다. 이 꽃 위에 하얀 눈이 소복하게 앉으면, 그날은 겨울 풍경 사진을 찍는 날이다. 매서운 칼바람에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는데도 두려워하지 않고 앙증맞은 꽃을 피워내는 식물도 있다. 다를레아시스 에리카(Erica × darleyensis)다. 에리카는 한겨울 12월부터 이른 봄 3월까지 조용히 꽃을 피워낸다. 높이 1m, 폭 1m를 넘지 않는 아담한 크기의 식물이라 개화가 눈에 띄는 편은 아니다. 꽃도 참 작다. 에리카 품종 중 다를레아시스 에리카 ‘아서존슨’(Erica × darleyensis ‘Arthur Johnson’) 꽃은 동글동글 자잘한 것이 꼭 흑미를 닮았다. 붉은빛으로 잘 지어진 흑미 같은 꽃이 우수수 핀 것을 보면 꽃에서도 구수한 냄새가 날 것 같지만 향기는 없는 편이다.

 


에리카는 진달래과 식물로 서유럽이나 지중해 연안, 남아프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 식물이 아니기에 우리는 학명 그대로 ‘에리카’라 부르고, 영어권에서는 헤더(heather) 혹은 히스(heath)라 부른다. 히스(heath)는 거친 잡초와 작은 야생화를 볼 수 있는 ‘황야’를 뜻한다. 에리카의 영명 헤더(heather)의 사전적 의미는 낮은 산이나 황야 지대(히스, heath)에 나는 보라색·분홍색·흰색의 꽃이 피는 ‘야생화’를 의미한다. 영어 사전의 정의처럼 에리카는 흰색, 보라색, 분홍색 등 꽃 색이 다양하다.

 


에리카 ‘아서존슨’은 정원에 사용하기 적합한 식물로 인정받아 영국왕립원예협회(RHS) 정원 공로상(Award of Garden Merit, 이하 AMG)을 받기도 했다. AMG는 정원에 심어 가꾸기 편하고, 형태와 색이 안정적이고, 질병 내성이 강한 식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정원에 에리카를 심으면 보기 좋은 꽃으로 지면을 물들일 뿐 아니라 잡초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에리카는 –10도에서-15도에 이르는 혹독한 겨울 추위도 잘 버텨내 조경수로 인기 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식물은 아니지만, 에리카는 아서존슨은 꽃이 귀한 겨울에 동글동글 앙증맞은 꽃으로 정원에 생기를 더한다.

 


우리 수목원 에리카 아서존슨은 겨울정원, 남이섬수재원에 심겨 벌써 개화를 시작했다. 눈에 띄게 화려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편안하게 잘 자라는 무던하고 수수한 에리카의 매력을 확인하러 수목원에 와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