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향기로 인내하는 겨울, 납매에게 배우는 강인한 생명력

관리자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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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씨, 안녕하신가요?

 

나이에 한 살을 더 하니, 어느덧 겨울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우리가 몸을 웅크린 채 한 해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천리포수목원의 다양한 동식물은 치열한 생명 활동을 계속하고 있어요. 때로는 침묵한 듯 보이지만, 겨울의 정원은 신비로운 아름다움으로 소란스럽습니다.

 

다른 생명들이 푸르른 봄을 꿈꾸며 잠자는 동안, 어떤 식물은 우리에게 특별함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오늘 납매(Chimonanthus praecox (L.) Link)를 보았습니다. 납매를 보고 있자니 날카로운 겨울바람과 차가운 눈 속에서 아름다운 향기를 전하는 이 식물의 비밀과 매력을 00씨에게 전하고 싶어 졌습니다.

 

납매(Chimonanthus praecox)의 이름은 어떤 의미일까요. 의미 없이 지어지는 이름은 하나도 없으니, 식물을 사랑하는 우리는 그 이름을 곱씹어봅시다. 납매는 납월인 음력 12월, 섣달을 뜻하는 한자어 ‘랍(臘)’과 매화의 ‘매(梅)’자를 써서 ‘납매(臘梅)’, 즉 음력 12월에 매화와 같은 꽃이 핀다는 의미입니다. 학명과 영명을 보면 더욱 명확하게 식물의 특징을 알 수 있는데요. 납매의 학명은 Chimonanthus praecox로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비롯되었는데 '치모스(Chimos)'는 ‘겨울’을, '안토스(Anthos)'는 ‘꽃’을, 종소명인 ‘프라이콕스(praecox)’는 ‘이른’,‘일찍’을 의미합니다. 학명의 뜻을 직역하자면 겨울에 이르게 피는 꽃, 즉 "겨울의 꽃" 정도가 되겠네요. 영어권에서는 ’윈터스윗(Wintersweet)‘이라고도 부르는데, 겨울의 달콤한 향기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보통 따듯한 계절에 꽃을 피우는 식물과는 다르게, 오늘도 꽃을 피우는 납매는 어떻게 추운 겨울을 지나올 수 있을까요. 납매는 비교적 강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으며, 꽃봉오리의 형태로 초겨울을 지나오기 때문에 겨울을 견딜 수 있다고 합니다. 납매에게는 조금 고단하고 어려웠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이 식물이 적응하고 받아들인 겨울의 차가운 환경은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납매는 12월부터 초봄에 가까워지는 2월까지 긴 기간 개화하고, 꽃과 잎 등 식물의 기관에서 달콤한 향기를 내뿜어 곤충을 불러 모읍니다. 00씨, 납매 꽃의 향기를 기억하나요? 레몬 같기도 하다며, 달큼함에 새콤함 한 방울을 끼얹은 것 같다고 말했던 그 향기는 곤충도, 사람도 납매의 곁으로 다가가게끔 합니다.

 

추위에도 자기 몫을 하기 위해 진한 향기를 내며 꽃을 피우는 납매를 보면, 그 치열함과 적응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식물 틈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도 납매처럼 추위를 이겨내며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갖기를, 납매의 꽃말처럼 ’사랑‘과 ’행복‘이 함께하는 2024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4년 1월 5일 쇠날 천리포에서 납매 향기를 맡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