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오구나무의 열매, 무엇처럼 보이시나요?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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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선생님, 안녕하세요?


 아직 한겨울이지만 눈이 오는 대신에 이곳엔 비가 내리고 있어요. 지금처럼 내려야 할 눈이 비로 바뀐 듯한 감각이 찾아오면 봄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요. 선생님께서는 봄을 기다리고 계신가요? 저는 추위의 클라이막스인 대한(大寒)이 지나가기 전까지는 이 겨울을 잘 즐겨보기로 했어요.


선생님께서 납매 향기를 맡으시는 동안 저는 오구나무를 올려다보았어요. 처음 오구나무의 이름을 들었을 땐, 교목 큰키나무로 10m까지 자라는 나무니까 사람들에게 ‘오구오구~(어이구어이구~)’하고 다독여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 줄만 알았어요. 하지만 조금 더 살펴보니 까마귀 오(烏)에 입 구(口)를 쓴 한자더군요. 그래서 대체 어디가 까마귀의 입과 같이 생겼을까 나무를 살펴보니, 겨울인 지금은 그 답이 바닥에 있었습니다. 오구나무의 나뭇잎을 살펴보세요, 선생님. 잎의 아래와 몸통은 새의 머리처럼 둥글고, 점점 길게 빠지다가 마지막은 둔하게 끝나 더욱 새의 부리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까마귀의 입과 같은 모습이에요. 지금은 낙엽이 되어 바닥에 떨어져 있지만, 푸르른 색을 띤 잎일 때는 새들이 잔뜩 나무에 앉아있는 모습 같지 않을까 싶어 웃음이 났습니다. 


선생님, 새를 닮은 잎이 떨어진 겨울의 오구나무는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아세요? 바로 열매입니다. 1월의 중간을 가로질러 가는 지금까지 오구나무에는 여전히 많은 열매가 달려있어요. 하얀색의 동그랗게 모여있는 열매는 눈 대신 비가 내리는 아쉬움을 달래주듯 포근한 눈과 닮아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이 열매의 모습이 팝콘 같아 Popcorn Tree(팝콘 트리)라고 부른다고 해요. 팝콘 봉지에 넣어서 누군가에게 건네주면 얼핏 보고 한주먹 집어 먹을 것같이 생긴 모습이긴 합니다만, 저는 겨울을 잘 즐겨보기로 했으니 눈과 같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에 편지를 주고받을 때 선생님께서는 어떤 식물 이야기를 전해주실지, 저는 또 어떤 풍경을 느끼며 편지를 적어갈지 기대하며,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선생님도 충분히 느끼고 즐기는 겨울의 막바지 되시기를 바라요.


2024년 1월 19일 쇠날 눈을 대신한 오구나무 열매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