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봄을 밝히는 가장 아름다운 가로등, 설강화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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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씨, 안녕한가요?

따뜻한 봄기운이 우리 주변을 감싸니 어두웠던 땅을 밝혀주는 가로등이 하나 둘 씩 켜지고 있어요. 구근 상태로 지난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용감하게 땅을 뚫고 올라와 꽃을 피워내는 ‘설강화’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등이에요. 천사가 에덴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를 위로하려 떨어지는 눈송이를 꽃으로 바꾸었다는 설강화. 오늘은 이 식물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해요.

 

체코의 문호 카렐 차페크는 「정원가의 열두 달」에서 설강화를 대표적인 ‘봄의 메시지’라며 “아무리 지혜로운 식물이라 해도 바람에 흔들거리는 줄기에서 피어나는 설강화의 연약한 꽃송이만큼 아름다울 수는 없다.”고 했어요. 그만큼 이 식물은 봄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하는 아주 매력적인 식물이지요.



00씨, 설강화는 수선화, 양파 등과 같은 알뿌리를 가진 구근식물(Bulb)이에요. 구근식물은 겨울철엔 흙 속에서 영양분을 저장하고, 불리한 계절인 겨울을 지나며 곤란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요. 또한 설강화는 지난 편지에 적어 보낸 얼음새꽃처럼 저녁의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밤엔 꽃을 오므리고 해가 뜨면 활짝 피어나는 멋진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답니다.

 

설강화는 꽃을 피운 뒤 여름을 앞두고 씨앗을 맺는데 그 끝에 달린 엘라이오좀(elaiosome)이라는 성분이 주로 지방질, 단백질, 탄수화물을 포함하고 있어 개미에게 큰 사랑을 받습니다. 개미에게 아주 맛있는 먹이가 되어주는 설강화는 본인의 일부를 떼어주고 종의 확산과 생존력을 보장받지요. 뿌리의 형태부터 씨앗의 산포, 번식까지 살아남을 고민을 골똘히 한 흔적이 보이는 식물입니다.

 


이처럼 현명함을 가진 설강화의 꽃말은 ‘희망’입니다. 이 식물은 어떤 희망을 품고 있을까요? 언젠가 봄이 오리라는 희망, 어두운 터널 속에도 가로등은 있다는 안심 같은 것일까요. 우리도 설강화와 개미처럼 공생하고, 나누는 마음이 많아진다면 더욱 풍요로운 삶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정원사에게 설강화의 꽃봉오리는 곧 올해의 정원 일이 시작된다는 신호입니다. 지난겨울, 봄을 준비하며 시간을 보낸 정원사는 아름답게 빛날 땅을 희망하며 오늘도 도구를 챙겨 바깥으로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