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환상의 나라, 배꽃동산

관리자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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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씨, 안녕하세요?

 

푸르른 세상에 다른 빛깔도 고개를 내미는 요즘입니다. 00씨는 길을 걸을 때 하늘을 잘 올려다보는 편인가요? 저는 요즘 하늘을 자주 봅니다. 낮에는 푸른 도화지에 하얀 물감을 톡 떨어뜨린 듯 한 폭의 그림을 만들고, 밤에는 달빛을 받아 제 모습을 뽐내는 꽃에 자꾸만 시선이 가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환상’이라는 꽃말을 가진 배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과일 배는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 가득 단물이 고입니다. 그 맛을 보면 자연은 어쩜 이렇게 달고 향긋한 맛을 낼까 감탄하게 되지요. 단즙을 가득 머금는 배나무는 물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만, 막상 물이 고여있는 환경은 어려워하는 나무입니다.

00씨는 배의 꽃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나요? 하얗게 피는 배의 꽃은 그 꽃말처럼 환상적입니다. 과일을 얻기 위해 심어놓은 배 과수원이 끊임없이 이어진 덕분에, 이맘때쯤 하얀 물결이 온 세상을 뒤덮은 모습을 볼 수 있죠. 벚꽃이 질 때쯤 꽃망울이 터지는 배나무는 개화 순서처럼 벚꽃 다음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요즘 방영 중인 ‘눈물의 여왕’에도 등장하는 걸 보니 말이죠. 극 중에서 남자 주인공이 배나무집 막내아들이라 배꽃이 만개한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어쩔 수 없는 저는 배우보다 그 꽃에 더 눈이 갑니다.

 

배의 꽃을 다른 말로는 ‘이화(梨花)’라 부릅니다. ‘이화여대’의 ‘이화’가 바로 배꽃을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고종황제가 “배꽃처럼 순결하고 향기로우며 그 열매를 맺듯이 그 배움 또한 그러하리라”라는 뜻으로 ‘이화학당’이라는 교명을 하사했고, 그 이름이 지금의 ‘이화여자대학교’까지 오게 된 것이죠. 하지만 00씨, 자두의 꽃도 ‘이화(李花)’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우리말로 오얏꽃이라고도 불리는 자두꽃은 대한제국을 대표하는 식물로, 건축물의 장식, 소품으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조선 왕실의 배나무의 꽃 ‘이화梨花’와 대한제국 황실의 오얏꽃(자두꽃) ‘이화李花’는 다르다는 점을 말해봅니다.

00씨,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에코힐링센터 앞에는 ‘콩배나무’가, 밀러가든 안에는 ‘돌배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00씨, 배나무를 보며 덩달아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길, 배나무와 함께 환상적인 나날이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