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카멜레온 같은 매력, 삼색참죽나무

관리자
2024-05-07
조회수 602

00씨, 잘 지내고 있나요?

 

꽃보다 아름다운 잎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봄을 지나며 나무가 만들어 내는 잎은 모두 고유한 색을 지니고 있는데요. 잎이 아름다운 식물 중 으뜸가는 나무를 꼽자면 삼색참죽나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천리포수목원을 찾는 많은 분이 “무슨 나무에요?”, “살아 있는 것이 맞나요?”라고 물어볼 만큼 신비롭고 아름다운 나무, 삼색참죽나무. 잎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 마치 꽃이 피어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삼색참죽나무의 잎은 봄부터 여름까지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세 가지로 바뀝니다. 붉게 올라온 어린잎의 모양은 하늘을 나는 새의 깃털을 연상시키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품종명으로 부르는 ‘플라밍고(Flamingo)'는 붉은 잎이 홍학이라고 불리는 플라밍고의 깃털 색을 닮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화려하고 선명한 붉은 빛의 잎사귀는 햇살이 따뜻해지면 점점 옅어지면서 노란빛으로 변신하지요. 하지만 마법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날이 더워지면 초록빛의 잎으로 변해갑니다. 그래서 피부색을 바꾸는 ‘카멜레온(Chameleon)'이라는 품종명으로 불리기도 했었답니다.

삼색참죽나무의 아름다운 변신은 유독 천리포수목원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데, 똑같은 나무를 내륙이나 도시로 가져가 키우면 삼색의 변화가 사라지고, 곧바로 초록색 잎을 만들어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이는 천리포수목원이 바닷가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봄철 서늘한 기후가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뿐이며, 수목원의 정원사들은 “삼색참죽나무의 변화는 우리가 미처 알 수 없는 자연의 마법”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1977년에 수목원에 도입된 삼색참죽나무는 사실 도입된 후 수년간 새순이 붉게 나오지 않고 녹색으로 나와 당시 직원들의 의구심을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붉은 잎을 내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이곳에 적응하는데 나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봄부터 여름에 걸쳐 삼색참죽나무의 변신을 지켜보는 것은 수목원 정원사로서 크나큰 재미이며, 매일을 이곳에서 보내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각자의 특징을 가지고 자라나는 식물의 마법을 경험하길 바라며 00씨에게도 안부를 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