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황금비를 내리는 모감주나무

관리자
20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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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씨, 오늘 천리포에는 이른 아침부터 추적추적 굵은 비가 내리고 있어요. 비를 맞아 싱싱해진 꽃과 나무는 굽어있던 허리와 팔다리를 쭉 피며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또다시 내릴 비를 기다리는 식물과 달리 사람들은 혹여나 있을 장마 피해를 대비하느라 분주해 보여요. 아침 뉴스, 신문, 어플 모두 날씨 소식으로 시끌시끌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득 궁금해졌어요. 기상청도, 아침 뉴스도 없던 옛날에는 대체 누가 장마를 알려줬을까요?



여름비가 내리면 생각나는 모감주나무는 장마가 시작되는 7월 초, 수십 수백 개의 노란색 꽃으로 황금빛 물결을 만들어 곧 다가올 비를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자잘한 꽃으로 수놓아 쭉 뻗은 꽃대의 모습은 마치 우아하고 화려한 공작새의 깃을 보는 것 같기도 하죠.

 















피어나는 시기의 영향으로 모감주나무 꽃의 대부분은 거세게 내리는 장맛비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이때 비와 꽃이 하나로 합쳐져서 마치 꽃비가 내리는 듯한 광경을 볼 수 있는데요. 그 모습이 마치 황금비가 내리는 듯해 ‘Golden rain tree’라는 영문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떨어진 꽃은 흙바닥을 환하게 장식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남기죠.

























모감주나무의 열매도 매력적입니다. 꽃이 지고 난 후 그 자리가 부풀어 올라 꽈리 모양의 열매가 맺히는데, 이 속에는 3~5개의 씨앗이 들어있습니다.

 

열매를 반으로 갈라 물 위에 띄워보세요. 둥둥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 돛단배에 까만콩 열매 대원이 타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과거에는 중국의 모감주나무가 바다를 통해 떠내려와 우리나라 서해에 자리 잡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모감주나무가 발견돼 본래 우리나라에 분포했던 식물로 확인되었죠. 열매 모양이 가져온 귀여운 상상입니다.

 

단단하기가 금강석 못지않아 금강자(金剛子)라는 이름이 붙은 동글고 까만 씨앗. 이 씨앗은 만지면 만질수록 윤기가 나고 돌처럼 단단하기에 염주를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반질 매끈 기분 좋은 모감주나무의 씨앗, 수목원에 와서 만나 볼 수 있길!



모감주나무는 추위와 공해에 강하고 비옥하지 않은 척박한 흙에서도 잘 자라 가로수로 이용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바닷물이나 바람에 견디는 힘도 강해 방품림으로도 활용되지요. 모감주나무 열매의 금강석과 같은 단단함은 어쩌면 추위와 공해, 그리고 장마와 더위를 견뎌내며 쌓인 의지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그럼 00씨, 여름 식물과 더불어 단단해지는 시간 되길 바랍니다.